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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전문연구요원 보충역 25연대 3교육대 후기 (1주차)ETC/Army 2023. 8. 11. 18:00
1. 입소식
7월 6일 14시 00분, 인조잔디가 깔린 경기장에서 입소식이 진행되었다. 입소식 행사는 폭염으로 인해 그늘 아래 좌석에 앉아 진행되었다. 입소식을 마치고 훈련병들의 가족들이 경기장에서 퇴장한 이후에는 곧바로 모든 훈련병을 대상으로 신속항원검사가 실시되었고, 결과가 음성인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부대를 배정하였다. 소문으로 듣기에는 전문연구요원과 사회복무요원을 나누어 소대를 배치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복무 유형 구분 없이 경기장 좌석 기준으로 분류되었다. 필자는 25연대 11중대 3소대 4분대로 배정되었다. 신분증을 이용한 훈련병 등록까지 마치니 16시 00분. 두 시간 정도 무더운 야외에 앉아있었더니 온 몸이 땀에 젖었다. 곧이어 경기장에서 막사까지 걸어서 이동하였다. 시간을 재보니 도보로 약 30분 소요된 듯하다. 캐리어를 가져오지 않았으면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하기도 전에 자체 행군을 할 뻔했다. 영내로 진입하여 막사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는 이미 입소한 훈련병들이 단체로 줄지어 뜀걸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단체로 군가를 부르거나 기합 소리를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 보던 훈련소에 들어온 느낌이었달까?
2. 전투식량
7월 6일 17시 30분, 막사에 도착했다. 배정받은 부대에 맞게 생활관을 찾아가 짐을 풀고 각종 보급품(런닝, 팬티, 생활복, 생활화 등)을 배급받았다. 환복을 마치고 훈련소에서의 첫 저녁 식사를 마주하였다. 말로만 듣던 전투식량이다. 훈련병들이 몇 명이나 입소할지 몰라 식수 파악이 어려워 전투식량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포장지 안에는 건조된 쌀과 각종 양념이 들어있었다. 포장지 안에 건조된 쌀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15분을 기다리면 약 500kcal에 달하는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포장을 뜯은 직후에도 묵은쌀 냄새가 났는데, 맛을 보니 조리가 된 후에도 묵은쌀 냄새가 났다. 물이 덜 뜨거워서였을까, 물을 덜 넣어서였을까? 쌀알이 물에 충분히 불려지지 않아 단단한 쌀알을 씹는 느낌이었다. 최악의 향과 최악의 식감. 같은 생활관에 있던 분대원들은 많이 남겼지만, 이걸 먹지 않으면 더 이상 끼니를 해결할 수단이 없으니 꾸역꾸역 다 먹어치웠다.
3. 불침번
7월 6일 22시 00분, 군법 교육과 저녁 점호를 마치고 취침 시간이 되었다. 코로나 PCR 검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각 생활관 내에서 매일 불침번을 세운다고 한다. 필자의 불침번 시간은 새벽 1시 00분부터 2시 00분까지이니 불침번 때 피곤하지 않으려면 어서 잠들어야 했다. 소등을 하고 누워 눈을 감으니 곧이어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연대에 부탁하여 받은 귀마개를 끼고 다시 자리에 누웠지만 코 고는 소리가 귀마개를 관통해왔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이가 있다면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사회에서 더 좋은 귀마개를 준비해오길. 갑자기 누군가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필자의 앞 시간대에 불침번을 선 훈련병이었다. 어느 순간 잠에 들었던 모양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생활복을 갖춰 입고 생활관 내에 홀로 서서 불침번을 섰다. 불침번을 서는 동안 자고 있는 훈련병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남는 시간에는 메모장에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적었다. 주변이 어두워 글씨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때 라이트펜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7월 7일 2시 00분, 불침번 교대 시간이 되어 다음 시간 훈련병을 깨우고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훈련소에서의 첫날을 마감했다.
4. 코로나 PCR 검사
7월 7일 6시 00분, 기상 나팔 소리와 함께 훈련소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기상 나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지더라. 훈련병들과 정신 없이 침대를 정리한 뒤 아침 점호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했다. 오늘 아침 식사도 전투식량. 다행이도 컵라면이 부식으로 나와 어제보다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전 일정은 코로나 PCR 검사였다. 모든 훈련병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실시했다. 최근 훈련소 내에서 코로나 감염 환자가 다수 발생했었어서 연대에서도 민감한 모양이다. PCR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하루 정도 걸리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마스크 착용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5. 판초우의, 포카락
7월 7일 12시 00분, 점심부터는 전투식량이 아닌 일반 식사가 제공되었다. 식당까지 이동하려고 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판초우의를 꺼내들었다.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비에 젖은 후에 잘 말리지 않았는지 퀴퀴한 냄새가 났다. 낡고 냄새나는 이것을 어떻게 입고 가란 말인가?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까라면 까야지. 식당에 도착하니 식판과, 포크와 숟가락이 합쳐진 포카락이 구비되어 있었다. 듣기로는 젓가락의 경우 분실되지 않도록 관리하기가 어려워 포카락만 지급한다고 한다. 처음 사용해서 그런 것인지 포카락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냥 숟가락으로 밥과 반찬을 퍼 먹는 느낌이었다. 남은 일과 시간에는 생활관 내에서 방송으로 군법 교육과 인권교육, 성폭력 방지 교육을 듣고 하루를 마감했다.
6. 코로나 감염, 그리고 격리
7월 8일 9시 00분, 오전 일정으로 실내에서 제식 훈련을 받던 중에 코로나 PCR 검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양성이란다. 분명 입소식 때 실시한 신속항원검사는 음성이었는데! 게다가 아무런 증상도 없어서 처음에는 거짓말인가 싶었지만, 곧바로 개인 짐을 가지고 연대 내 강의장에 격리되었다. 이때 스마트폰을 돌려받았는데, 격리 기간동안은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데이터 무제한으로 요금제를 변경하고 올걸 그랬다. 강의실 내로 배달된 점심 도시락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27연대 격리소로 이동하였다. 27연대 격리소에는 현역들도 있었는데, 증상이 심해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 사람부터 증상이 미미해 멀쩡해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같은 방을 쓰는 훈련병에게 물어보니 이곳에서는 훈련도, 아침 점호도, 저녁 점호도 없이 자유롭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식사 때가 되면 도시락 형태로 식사를 배달해주고, 심지어 스마트폰 사용도 자유로우니 훈련병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7월 9일 14시 00분, 이유는 모르겠지만 27연대 격리소에서 연무1동 격리소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원룸 크기의 방 안에 3인 1조로 격리되었는데,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통제되었다. 아침 점호와 저녁 점호는 체온과 건강 이상 유무를 메신저로 보고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이곳에서 7월 12일까지 격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식사 때마다 연대에서 배달해주는 도시락을 먹고, 아침 점호와 저녁 점호 시간 사이에는 자유롭게 있을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바깥 바람도 쐬지 못하고 통제된 환경에 있으려니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모진 훈련을 받지 않는 것이 어디인가! 감사하게 생각했다.
7. 격리 해제 후 복귀
7월 12일 10시 00분, 연무1동에서 4일간의 격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날이다. 그동안 머물렀던 장소를 정리하고 다시 25연대 3교육대로 이동했다. 생활관으로 돌아오니 분대원은 없고 총기함에 총 한 자루만 남아있었다. 일정표를 보아하니 화생방 훈련을 나간 모양이었다. 코로나 격리 덕분에 화생방 훈련은 면한 셈이었다. 분대원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그간 밀렸던 빨래를 하고 분대원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13시 00분, 화생방 훈련을 마친 분대원들이 복귀했다.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부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훈련병도 있었다. 분대원들끼리 많이 친해졌는지 화생방 훈련의 소감을 서로 나누었다. 화생방 훈련장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멀었었는지, 날씨는 얼마나 더웠었는지, 화생방 훈련에서 맞은 CS탄의 느낌은 어떠했었는지 서로 얘기하기 바빴다. 오후 일정으로는 실내 화생방 교육 영상 시청, 정신전력 평가, 근력 측정 등이 있었고 그렇게 1주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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