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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전문연구요원 보충역 25연대 3교육대 후기 (3주차)ETC/Army 2023. 8. 25. 18:00
1. 행군
7월 20일 4시 30분, 1차 행군이 시작되었다. 밖으로 나오니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웠다. 해를 피하기 위해서 새벽에 나왔지만 무거운 장구류 때문인지, 더운 날씨 때문인지 땀이 계속해서 흘렀다. 어두워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식별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모르니 어둠 속을 하염없이 걷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동이 트기 시작하고 하늘이 밝아지더니 분기점인 법당이 보였다. 법당 앞 주차장에서 20분 정도 휴식을 취하였다. 군장을 베개 삼아 지친 몸을 뉘이니 극락이었다. 휴식을 마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7월 20일 8시 30분, 막사에서 전투식량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2차 행군이 시작되었다. 1차 행군 때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걸었다. 이제는 해가 완전히 떠 풍경도 보이니 볼거리가 많아 소풍 나가는 기분으로 걸었다.
2. 불교 수계식과 댄스팀
7월 22일 13시 00분, 불교 수계식에 댄스팀이 온다고 하여 판초우의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수계식은 기독교로 치면 세례식인 모양이다. 행사장인 법당으로 가는 길은 행군했던 길과 동일했다. 군장과 장구류가 없어서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행군을 한 번 더 하는 느낌이라 유쾌하지 않았다. 법당에 도착하여 자리에 앉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수계식이 시작되었다. 필자는 불교 문화에는 문외한이었기에 모든 차례가 신기했다. 수계식이 끝나고 16시 00분, 댄스팀 로터스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아이브, 뉴진스, 아이들, 러블리즈, 르세라핌 노래에 맞춰 댄스를 선보였다. 필자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댄스팀이 등장했을 때부터 어린 티가 나 유치원 재롱잔치 보듯 보았다. 할아버지가 되면 이런 느낌일까. 다른 훈련병들의 반응을 보는게 더 재미있었다.
3. 기독교 실로암 찬양
7월 23일 10시 00분, 이번에는 기독교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판초우의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육군 논산훈련소의 실로암 찬양은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이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예배당도 법당처럼 연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한참을 걸었지만, 법당으로 가는 길보다는 짧은 느낌이었다. 예배당에 들어서니 거대한 콘서트장에 들어온 듯했다. 무엇보다도 무대 뒤편의 거대한 스크린이 눈에 띄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곧이어 예배가 시작되었고, 기다리던 실로암 찬양이 시작되었다. 찬양 중간중간에 모든 훈련병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훈련은! 전투다! 각! 개! 전! 투!" 훈련소에서 훈련병 모두가 이렇게 한 마음 한 뜻이 된 적이 있었는가? 필자도 뜨거운 분위기에 압도되어 열렬히 참여했다. 몇몇 훈련병들은 라이트펜을 가지고와서 응원봉마냥 경쾌하게 흔들고 있었다. 불침번 때 말고도 라이트펜이 필요한 때가 있겠다 싶었다. 찬양을 마치고서는 예배에 참여한 훈련병들을 환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주차마다 훈련병들을 환영하는 함성이 다른 모양이었다. 예를 들면, 각개전투 훈련이 예정된 훈련병들에게는 "훈련은! 전투다! 각! 개! 전! 투!"를, 화생방 훈련이 예정된 훈련병들에게는 "가스! 가스! 가스!"를, 수류한 훈련이 예정된 훈련병들에게는 "호 안에 수류탄!"을 외쳐준다. 예배를 마치고 훈련병들이 연대별로 차례차례 퇴장하는 순간에도 서로에게 함성을 외치며 퇴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4. 퇴영자 9명 발생
종교 행사를 다녀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사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훈련병이 몇몇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른 훈련병에게 물어보니, 누군가 마음의 소리를 통해 특정 훈련병들이 훈련소 안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을 제보한 모양이었다. 제보한 사실을 바탕으로 찾아낸 훈련병 9명은 곧 퇴영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미 사격 훈련을 제외한 모든 훈련을 마친 시기인데, 이 시기에 훈련병을 퇴영시킨다고? 생활관 내 모든 훈련병들이 반신반의했지만, 연대에서는 해당 건을 무겁게 다루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녁 점호 시간에는 당직 사관이 변기 수조를 모두 열어보더니 숨겨진 담배 뭉치를 기어코 찾아내었다. 다음 날이 되자 사복을 입고 돌아다니던 훈련병들은 더이상 연대 내에서 보이지 않았다.
5. 사격 훈련
7월 24일 13시 00분, 영지 근처에 있는 훈련장에서 사격 훈련을 받았다. 훈련장 앞에서 대기하는 동안 총성을 들어보니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 영화에서 듣던 소리보다 더 깊고 거대한 소리였다. 왜 총소리의 의성어는 '펑'이 아니라 '빵야'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안전 수칙과 사격 절차를 듣고 사격장으로 입장했다. 가까이에서 총성을 들으니 밖에서 들었을 때보다 더 컸다. 사격할 때마다 퀴퀴한 화약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5사로 의자에 앉아 필자의 차례를 기다렸다. 필자의 차례가 오자마자 엎드려 쏴 자세를 하고 사전에 교육 받은 순서에 맞춰 사격을 실시했다. 전방 25m에 있는 표적지를 조준하고 사격 3회를 실시했다. 막상 사격하는 동안에는 표적에 집중해서 그런지 총성과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격 결과는 나빠보이지 않았다. 1차, 2차, 3차 사격 모두 높은 정밀도를 보였다.
6. 수료식
7월 26일 10시 00분, 수료식을 앞두고 수료식 예행 연습을 하였다. 3교육대 모두 연무관으로 이동하여 수료식 순서에 맞게 제식을 연습하였다. 훈련병들이 단체로 행사장으로 입장할 때 발을 맞춰 입장하는 방법과 대표 훈련병의 구호에 맞춰 자세를 맞추고 정렬하는 방법을 연습하였다. 코로나 이후 처음 실시하는 수료식이라서 그랬는지 연습을 혹독하게 받았다. 훈련병들의 부모님을 포함한 외부인이 참석하는 자리인 만큼 수료식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기 위해, 소대장들은 한층 날카로워진 상태로 훈련병들을 지휘하였다. 세 차례 정도 수료식 행사 순서에 맞춰 제식을 연습하고 생활관으로 복귀하였다.
7월 27일 10시 00분, 3주간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료식이 시작되었다. 생활관서부터 끌고 온 개인 짐을 연무관 밖에 풀어두고 행사장으로 발 맞춰 입장하였다. 행사장으로 들어서니 훈련병들의 관계자분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을 시작으로, 부모님께 대한 경례, 훈련 영상 시청, 훈화 말씀 등의 순서가 이어졌다. 30분 남짓한 수료식이 끝나고 나서는 3주간 한 생활관에서 함께 지낸 훈련병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사회로 복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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